오늘 하늘엔,
보름달이 떴습니다
그런데,
건물들에 가려서 달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녔지만,
나보다 큰 건물들때문에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히 나는 보름달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딜가도 그 보름달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는 궁금증을 갖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곤,
잊어버린것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8시를 조금 넘어가는 시간.
깨어났습니다.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다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거에 조금 우울해졌는지,
다시금 자버렸습니다.
아니..
사실, 아무생각없었을것입니다.
그저 졸렸을뿐...
제가 생각을 했다라면,
분명 "아...좀더 잘까" 라면서 죄책감이라든가 그런 감정이 있었을텐데,
그냥, 다크 템플러 앞에 드론 마냥
픽 하고 쓰러져 버렸습니다.
다시금 잠에서 깨어일어나,
슬슬 준비를 합니다.
옷들을 체크해보니,
바지가 마르지 않았아어요...
음...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분명 다 마를줄 알았건만...
그나저나,
방바닥이 홍수 입니다.
...................
빨래... 물 제대로 안 짰군요.
주인 아저씨껜 비밀로 하고 얼른 치웁니다.
그리고 헤어드라이기로 20여분간을 말려주고,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기에 출발합니다
그 전에 아침밥부터 우걱우걱
그냥 입으로 집어넣습니다.
아...
그냥 도시락 하나 더사서 밥사먹을껄 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것보다,
빈속에 요롷게 매운걸 먹으면
나중에 뱃속에서 위험신호를 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어덯게든 되겠지요.
다 마른, 윗옷과 아직은 축축한 바지를 입고 출발.
비가...올듯 말듯.
가랑비가 내립니다.
귀찮게 시리...
하나 남은 비옷을 꺼내입고선 출발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입었던 걸레 조각이 된 비옷은,
가방 덮개로 씁니다.
과연,
인류는 진화합니다!
사실,
어제 비에 가방이 다 젖어버려서 그런지,
일기장이라든가, 기타 것들이 다 젖어버렸습니다...
딴거는 몰라도,
일기장이 젖으니 그 우둘투둘해지는 그거 있자나요...
짜증 만땅입니다.
새거인데 말이죠...
왜이리 멀게만 느껴지는걸까나..
마지막이라서 그런건지,
배가고파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분명 페달질에 생기가 없는것은 분명합니다.
무언가..
오늘은.. 기운이 없습니다.
어제 비를 맞으며,
즐거움도 휩쓸려 떨어진걸까.
이리저리 고민을 해보지만,
되돌아오는것은 귀찮음뿐입니다.
생각하는게 귀찮으니깐,
그냥 페달질을 하는데
근데, 오히려 페달질이 더 귀찮은것 같습니다.
아오 귀찮아!
라고 승질을 내는데
그것조차 귀찮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귀찮은것 조차 귀찮다는 얘기 같은데,
그렇다면
그건 귀찮은걸까?
라는 뭔가,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 (...)
라는 철학...이라기 보다는 처절함을 배우고 있습니다.
추..춥다.
처얼썩 처얼썩
파도 소리가 멀리에서도 들립니다.
그리고 바람은 또 우씨나 쎈지,
축축히 젖은 옷들과 바람의 조합으로,
얼음의 갑옷을 입은듯 합니다.
분명, 집에 되돌아 가면 감기걸릴꺼에요.
또다시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요 2틀내내 비가 장난아니게 오고 있습니다.
비 맞는걸 좋아하지만은,
이렇게 억수리 내리는 비는 안 좋아합니다.
그나저나,
이제야 "제주"라는 두글자가 보이기 합니다.
후후...
갑자기 샘솟는 활력.
그치만,
이 거센 비에 짓눌려버리는군요.
콸콸콸.
뭔가 별거 아닌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폭포가 따로 없습니다.
그만큼 비가 엄청 온다는거지요.
우헤헤헤헤
6....62km!
저 표지판을 보자,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그저 웃었습니다.
왜 웃음이 나왔는지도 모르는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면 웃기지도 않은데,
억지로 웃은걸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간에,
이렇게 웃은적은
광복 이후로 이렇게 개방적인 웃음, 오랜만 입니다.
...
이거 광복드립은 좀 아닌듯 한데요...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고
비도 오니깐 해서
말 동상인줄 알았습니다.
근데,....
근데...
뿌직뿌직... 하더군요.
살아 있었습니다.
나무늘보보다 더하게
움직임이 없습니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해서,
출발입니다.
오랜만에 나온 야미.
이제 쉬는것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뭐,
이젠 더이상 불안해할 요소가 없다고 할까요,
멍하니 버스정류소에서 비가 내리는걸 구경합니다.
아ㅏㅏㅏㅏ...
그냥 이렇게 멍하니 있는게 너무나 좋습니다.
저는 학교 수업중에도 그렇고,
친구들 사이에 있을때도 그렇고
멍때리는게 취미 입니다.
그래서 인지,
한때 별명이 강아지 인적도 있었지요.
그나저나 입을 너무 벌리고 있었는지,
빗물로 가글을 할 판입니다.
마지막을 향해 슬슬 움직입시다.
자전거로 여기를 지나니 모세의 기적이 따로없습니다 ㅋ_ㅋ
Xa...Xaewon!
게다가 지붕도 퍼렁색!
우왕ㅋ굳ㅋ.
3/4 왔어!!
증말이지..
그... 그.. 악몽같은 역풍과의 짙은밤을 이겨내고,
교수님의 F보다도 더 아픈 폭풍비바람을 뚫어내면서
달려왔든 나날들.
지금도 비가 이렇게 내리긴 하지만,
막, 골을 지나갈때
비가 멈추면 정말 리얼이겠네 하면서,
소름돋을 앞으로 몇시간후를 상상하니,
이거 미칠지경입니다.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비가 멈춘 기념으로 한컷
사진을 찍고 알았습니다.
저 모자를 쓰고,
계속 달려왔다는것을...
그...그래서 일까요,
더더욱 사람들이 말을 안 걸어줬던것 이였을지도 모릅니다...
어..얼마 안남았구나!
제주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서운했던 감정도,
더 있고 싶다는 감정도 없습니다.
그저...
이 무서운 남쪽에서 얼른 도망치고 싶다...일까요.
그치만,
분명 마지막에 골인하면
엄청 뿌듯할것입니다.
에에에에에에에ㅔ엥 뚜애니완.
이젠.. 더이상 배고파서 안될듯 싶습니다.
라면이후로, 아무것도 먹은게 없으니깐 말이죠.
들어가서,
빵과 우유를 사먹을 마음에 설레입니다.
그런데,
빵이 무려 2천2백원짜리 밖에 없습니다.
바나나 모양빵이라든지, 골든볼이라든지 말이지요.
결국,
값싸고 맛난걸로 고릅니다.
총 2천원.
초코파이 2개를 낼름 헤치웁니다.
아...
쵸코파이가 이리도 맛있을줄이야.
왜 러시아 사람들이 쵸코파이를 좋아하는지 알겠습니다.
네, 情말로요.
길 변화
바로 옆 차도와 가깝게 달리다보니
꾀나 무섭습니다.
특히 트럭들이 지나갈때면
매연도 장난아니고, 끌려들어가는 그런 힘도 장난 아닙니다.
게다가 바닥이 미끄러우니 더더욱 조심할 수 밖에요.
차소리에 mp3를 들을려고 했더니,
아...밧데리가 다 나가버렸습니다.
우씨..
그냥, 차소음에 Beat를 맡긴채 흥얼거립니다.
제목: 제 주 도 (송대관의 네박자 리듬)
제주도 제주도 서글픈 그곳,
이제 니가 보이는군~♬
앞으로 10km!
1km마다 찍었습니다.
뭐랄까요..
카운트 다운의 그 느낌일까요
설레입니다.
마지막 제주에 입성하면 나는 무엇을 할까요.
9!
그러면서, 그 역풍과의 싸움에서 도와준건,
친구 Y양이였습니다.
핸드폰으로 40분 넘게 전화해본건,
핸드폰을 갖은지 9년만에 처음이였습니다.
잡담이란게 이리도 즐겁다는걸 처음알았더군요.
뭐.. 그야, 다른 이성과의 통화니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성이라구 해도 친구니깐요...
그렇지만,
친구라고 해도 이리도 오래 통화한 친구는 정말 없었는데 말이죠.
Eight
네 오늘은 반드시 고기를 먹을껍니다.
지갑에 3만원도 있겠다
이거면 고기 먹을 수 있겠죠.
네, 고기 말입니다 고기.
후후...
벌써부터 고기가 불에서 익어가는 소리가 8km 멀리에서도 들립니다.
1132따라서.
7
7
7
7
7
7
7
7
7
이...나오야 하는데,
7이 아니라..
뻥이 나옵니다.
뻥
뻥
뻥
뻥
네..
뻥 말입니다.
아..나 ...레알?
...
정말이죠...
예상은 했습니다.
왜냐하면,
첫날은 야간 라이딩
둘째날은 폭풍우.
그리고 마지막날엔 이를 능가할게 뭐가 있나 생각했었거든요.
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어이쿠야.
말이죠.
게다가,
튜브? 랄까요 그게 아니라
타이어 자체가 펑크난듯 싶습니다....
허얼...
답이 업ㅂ어.
원래 목적은 6시 였는데...
이제 다 왔는데 이게 뭔 시츄에이션이냐.
그러고 보니,
버스를 타고 갈까?
그치만,
7km를 남겨두었는데 그건 너무 아쉽지 않나...
그치만...
너무 힘든건 사실이잖습니까...
그렇게,
갈피를 못 잡고 있을때,
Oh, My God!
완전 리얼이야 리얼.
수리점이 이렇게도 빠르게 나오다뇨.
후후,
신은 아직 날 버리지 않았습니다.
.................
아....
설마 그 말은 수리가.. 안된다는 말입니까?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달려달라."
라는거군요...
아저씨께서,
"이왕 얼마 안남았는데 저기서 택시타고 가면 금방이에요"
라고 부추깁니다.
그치만...
그치만...
유혹을 뿌리치고 갑니다.
여어기는 어디니.?
만약, 이대로 더 걸어갔는데도
자전거 수리점이 없을시는,
버스를 타고 가는것으로 말이죠.
네,
여기가 어쩌면 나의 합의점일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지쳤어요...
힘들자나요...
그렇게,
자전거를 끌고 터덜터덜 걷습니다.
mp3는 밧데리도 없지만,
그치만,
이어폰을 낍니다.
으헣허허헣. 이런 심정을 누가 알아줄까요.
어느덧 여기.
.........
네,
좀만 더 가면 출발했었던 제주...
그.. 익숙한 곳이 나타날것입니다.
물론,
걸어서 간다면야 한참이겠지만...
그치만...
걸었습니다.
이왕 온거...
걷고 싶었습니다.
아니, 이 다리로 완주해보고 싶었습니다.
늘 마무리가 어색했기에
이번만은, 이번만은 어설프지 않은 끝마무리를 하고 싶었기때문입니다.
어느덧, 어두워졌습니다.
"새신발" 입니다.
그때문인지,
걸을때마다 발 뒷꿈치.. 그니깐 아킬레스건?
그부분이 까진것 같습니다.
아픕니다....
근데...걷습니다.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지금은 이게 합리적 판단 같습니다.
Dude, 얼마안남았어.
1년전 이맘때쯤, 제주도 시청에 온적이 있지요.
한라산 등반때문에 버스를 타러 시청까지 왔었거든요.
후후...
시청만 도착한다면 그 나머지 지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아...
갑자기 피로가 몰려옵니다.
그러고 보니,
제 몰골... 거지가 따로없습니다.
꽃거지면 몰라도,
이건 걍거지입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대기.
그리곤,
!...바..반갑습니다.
...........도착.
그치만, 사람이 많은 번화가라
뭐라 표현을 못하지만, 내면으로는 엄청 좋아하고 있습니다.
눈물은 흐르지 않지만,
빗물에 쩔은, 머리에서부터 흘러나온 빗땀물이 , 광대뼈를, 입술을 그리고 턱에 고이고 고여서,
툭툭 떨어집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지나갑니다.
"저 완주했어요!"
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그치만,
소심쟁이에 부끄러움이 많은 소년은,
그러지는 못합니다.
그저 혼자 중얼거립니다.
"내가..내가 다 돌았어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발뒷꿈치에선 피가 흐르는듯 합니다.
옷에선 꼬질꼬질하고,
안경은 빗물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카메라 렌즈도 습기가 차서,
사진이 다 뿌옇습니다.
들리지도 않는 이어폰을 빼니,
세상은 시끄럽습니다.
수고한 앨리스.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야간 라이딩중에,
비바람을 뚫는중에 펑크가 나지 않았다는거에 대해서,
고맙고 또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원피스의 고잉 메리호 같습니다.
"미안해, 좀더 먼 곳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어..."
으헣허헣...
그렇게 생각하니 안구에서 습기가 찹니다.
분명 이 녀석도 고생했을텐데,
그걸 한번도 생각했던적이 없었습니다.
늘, 저만 투덜거렸지요.
이렇게,
귀찮고 생각없는 투덜만 거리는
바보같은 소년의 2박 3일의 여행이 끝나버렸습니다.
뭔가, 거대한걸 바란듯 하지만,
늘 여행에 끝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무언가 얻었다고도,
그렇다고 무언가 잃은건... 많지요.
뭐 어찌됐든간에
그냥 즐거웠으니깐
그걸로면 족하는 겁니다.
제주도 정ㅋ벅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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